목 회 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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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산이 보이고 강이 보이는

 

작지만 사랑스런 나라

 

우리가 태어나 언젠가 다시 묻혀야 할 이 아름다운 모국의 땅에서

 

우린 늘 아름다운 것을 기억하며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이 소박한 꿈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를 긴 잠에서 흔들어 깨우소서, 주님

 

또 한 해가 저물기 전에 두 손 모으고

 

겸허한 참회의 눈물을 흘릴 줄 알게 하소서

 

 

나라의 일꾼으로 뽑힌 사람들이 거짓과 속임수를 쓰며

 

욕심에 눈이 어두운 세상

 

자식이 어버이를 죽이고

 

제자가 스승을 때리며 길을 가던 이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우리의 병든 세상을 불쌍히 여기소서

 

 

자신의 편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그럴듯한 이유로 합리화시키며

 

잉태된 아기를 수없이 죽이면서도 해 아래 웃고 사는

 

우리의 태연함을 가엾이 여기소서

 

 

한 주검을 깊이 애도하기도 전에 또 다른 주검이 보도되는 비극에도

 

적당히 무디어진 마음들이 부끄럽습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우리 가족과 이웃들을 굽어보소서

 

 

잘못된 것은 다 남의 탓이라고만 했습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라고 비겁하게 발뺌할 궁리만 했습니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은 하찮은 것에도 그리 민감하면서


다른 사람의 엄청난 아픔과 슬픔엔

 

안일한 방관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우리가 배불리 먹는 동안


세상엔 아직 굶주리는 이웃 있음을 따뜻한 잠자리에 머무는 동안

 

추위에 떨며 울고 있는 이들 있음을

 

잠시도 잊지 않게 하소서

 

 

사랑에 대해서 말하기보다 먼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생명에 대해서 말하기보다 먼저 생명을 존중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변화시켜 주소서, 주님

 

 

항상 생명의 맑은 물로 흘러야 할 우리가

 

흐르지 않아 썩은 냄새 풍기는

 

오만과 방종으로 더럽혀지지 않게 하소서

 

사랑이 샘솟아야 할 우리 가정이

 

미움과 이기심으로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하소서

 

 

나 아닌 그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해주길 바라고 미루는 사랑과 평화의 밭을 일구는 일

 

비록 힘들더라도 나의 몫으로 받으들이게 하소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참됨과 선함과 아름다움의 집을

 

내가 먼저 짓기 시작하여 더 많은 이웃을

 

불러 모으게 하소서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나직이 먼저 간 분들을 불러보는 낙엽의 계절

 

우리는 이제 뉘우침의 눈물을 닦고

 

희망의 첫 삽에 기도를 담습니다, 주님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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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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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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