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화 칼 럼

HOME > 설교와칼럼 > 예 화 칼 럼

사순절 기도시 / 이 해인 ♥                                            

  

♡ 사순절 기도시 ♡
                  

해마다 이맘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 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게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판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 일만이라도 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 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준 이마 위의 재처럼 차디찬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가슴에 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주님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 하소서"
조회 수 :
1271
등록일 :
2014.03.08
22:48:10 (*.202.125.196)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www.doch.kr/menu02_05/851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 사순절 기도시 / 이 해인 ♥ 2014-03-08 1271
34 하버드대 존 하버드(John Harvard) 동상(statue)이야기 2014-03-05 1839
33 살다보니 마음이 편한 사람이 좋습니다 2014-03-05 1474
32 바로 당신이 2014-03-05 1343
31 행복한 삶을 위한 7가지 좋은 생각 2014-03-05 1340
30 찬송가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 2014-03-05 1876
29 소망을 주는 사람 2014-03-05 1343
28 지휘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단돈 400불 들고 미국으로 유학한 함신익 2014-03-05 1351
27 하워드켈리, 존스홉킨스 병원의 공동설립자이자 2014-03-05 1401
26 말더듬이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인간승리 2014-03-05 1402
25 가을 편지 /이해인 2014-02-17 1229
24 재미있는 혈액형 2014-02-17 1447
23 하나님의 사랑은 - 송명희전도사 2014-02-17 1206
22 초심 2014-02-17 1499
21 천국의 식사법 2014-02-17 1192
20 용서의 마음 2014-02-17 1699
19 하나님의 소원을 아는 비전 2014-02-17 1534
18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된 자 2014-02-17 1820
17 하버드대 도서관의 새벽 4시 그들만의 철학 30가지 2014-02-17 1711
16 한줄기의 향기 2014-02-17 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