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회 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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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무거워진 벼 이삭이 고개를 수그렸습니다.

농익어가는 감이 파란 하늘을 더 높아 보이게 하고

머리를 툭 치고 배시시 웃으며 떨어지는 도토리 몇 알 발에 채더니

벌써 낙엽 흩날리는 초겨울 입새입니다.

 

하나, , 푹신한 대지에 마음 놓고 몸을 던지는 잎은

떨어지는 잎들을 받아주는 흙의 가슴을 아나 봅니다.

벌레에 물린 잎, 물기 빠진 잎,

검게 썩어 얼룩진 잎, 구멍 숭숭 뚫어진 잎

가슴 열어 다 받아주는 부드러운 흙의 마음을

허름한 사람, 지친 사람, 슬픈 사람

포근히 재우는 여인숙처럼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을 맞는 길목에 서서

지나간 시간들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는 이들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일에서 당한 실망 때문에,

소망대로 되지 않은 데서 생긴 두려움 때문에,

가슴을 꽁꽁 싸맨 채 지내는 삶은 아닌지

 

설그럭 설그럭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말없이 포근하게 받아주는 대지를 보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강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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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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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2
17:45:28 (*.96.1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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