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회 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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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무거워진 벼 이삭이 고개를 수그렸습니다.
농익어가는 감이 파란 하늘을 더 높아 보이게 하고
머리를 툭 치고 배시시 웃으며 떨어지는 도토리 몇 알 발에 채더니
벌써 낙엽 흩날리는 초겨울 입새입니다.
하나, 둘, 푹신한 대지에 마음 놓고 몸을 던지는 잎은
떨어지는 잎들을 받아주는 흙의 가슴을 아나 봅니다.
벌레에 물린 잎, 물기 빠진 잎,
검게 썩어 얼룩진 잎, 구멍 숭숭 뚫어진 잎
가슴 열어 다 받아주는 부드러운 흙의 마음을…
허름한 사람, 지친 사람, 슬픈 사람
포근히 재우는 여인숙처럼…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을 맞는 길목에 서서
지나간 시간들이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는 이들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기대하지 않은 일에서 당한 실망 때문에,
소망대로 되지 않은 데서 생긴 두려움 때문에,
가슴을 꽁꽁 싸맨 채 지내는 삶은 아닌지…
설그럭 설그럭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말없이 포근하게 받아주는 대지를 보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강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