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회 칼 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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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그럭 설그럭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말없이 포근하게 받아주는 대지를 보면서 생각을 해봅니다.
썩은 잎, 벌레집 붙은 잎, 시든 잎 우수수 쌓이면 싸일수록
기름진 양분으로 삭히는 성숙한 흙,
가슴을 열어 고통을 안고,
마음을 열어 아픔을 보듬고,
세상의 모든 슬픔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부드러운 흙의 가슴, 대지의 마음을 갖고 싶다는…
원망도, 저항도 없이 열어 둔 마음에
풀지 못한 매듭 없는 포근한 손길에
쉴 곳 없는 시든 잎들 마구 떨어져도
제 몸의 물기를 모두 짜서 먹이는 흙은
훗날 푸르름으로 뒤바뀔 순환의 기쁨을 조용히 혼자서 삭입니다.
자신을 썩혀 다른 것으로 다시 살리는 흙,
무엇을 받아도 다 삼키고 소화하는 흙,
무엇이 들어가도 좋은 양분으로 승화시키는 흙,
그리고 끝내 죽음에서 생명을 다시 피어올리는 흙…
문득, 비난과 고통과 죽음의 십자가에서
아름다운 생명의 꽃 피어올리신 한 분이 생각납니다.
모든 이의 죄를 대신 받고, 모든 이의 죄를 대신 묻고,
사망의 무덤을 넘어 생명의 부활로 일어나신 분…
떨어지는 낙엽을 가슴으로 받으며
수북한 낙엽 무덤을 개의치 않고 하늘 보고 편히 누운 흙…
이 계절엔 흙의 가슴,
흙의 마음,
흙냄새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강영은~